[요즘 생각] 전국 고전읽기 백일장
고전 읽기 백일장에 다녀오다
세 번째 참여다. 올해 본선은 울산 KTX 회의실에서 영남권역을 묶어 시험을 쳤다. 먼길이라 부담스러웠지만 대전 부산을 거쳐 올해는 울산이었다. 신랑이 태워주지 않았다면 아마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년 태워주는 차를 얻어타고 토요일에 나는 신랑과 소풍을 다녀온다. 삼년 전에 처음 원고를 보내고 본선이 대전에서 있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권역을 나눠 치른 첫해였다. 작년에는 부산 어딘가를 비를 뚫고 찾아갔었고 올해는 찾아가기가 더 어려운 울산이었다.
그래도 매번 쓴소리 한번 안 하고 태워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다. 나는 길치이고 운전도 서툴러 혼자는 찾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예선을 통과하니 본선은 설렁설렁 재미로 다녀온다. 올해는 코로나가 가라앉아서인지 참석률이 거의 100%라고 했다. 준비한 회의실이 꽉 찼다. 10% 정도가 결석일 줄 알았다는 관계자들은 참석을 귀찮아하는 듯했다. 초등생부터 대학 일반부 젊은 군인들까지 한 회의실에서 원고를 읽고 쓰는 모습은 진풍경이었다.
전국 네 곳에서 동시에 시험을 치루었다. 배부해준 원고를 다 읽는데 거의 4~50분이 소요되고 3시간 내에 감상평을 제출하는 시험이다. 아마 일정한 인원을 모아서 글을 읽도록 하는 것에서 벌써 사업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초중고등학생과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열심히 글을 짓고 있는 모습이 흐뭇했다. 집이나 직장에서 읽을 수도 있는 글을 먼 곳에 와서 읽는 즐거움도 색달랐다. 이 재미로 내년에 또 올지 모르겠다.
이 대회가 내게 주는 즐거움 중 하나가 고전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한국 고전이다. 평소 번역서가 주를 이루고 베스트셀러를 접하는 기회가 많은데 우리 고전은 접하기 쉽지 않다. 특히나 이공계열을 나온 나는 학창 시절에도 우리 고전을 쉬 접하지 못했다. 첫해 본선 대회에서 박지원의 ‘호질’을 처음 읽었고 두 번째 해에는 작자미상의 ‘영웅전’이었다. 올해는 ‘사씨남정기’였다. 두툼한 원고를 받아들고 첫 느낌은 우와 이 고전을 읽게되다니 하는 반가움이었다.
그 세 편의 고전을 모두 대회에 참석하면서 처음 접했으니 창피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독서를 재밌다면서도 사실 내가 읽은 책의 범주는 아주 단출하다. 그래서 어쩌면 올해 작은 상을 하나 받더라도 내년에 또 응시할지도 모를 일이다. 매년 선정하는 도서가 궁금해서다. 햇살이 반짝반짝한 날 우리는 유람을 다녀왔다. 휴게소에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신랑이 고마웠고 커피는 왜 그리 맛나던지. 저녁 무렵 도착하여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관람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중년 부부의 이야기인데 한국판 ‘맘마미아’ 같았다. 슬프기보다 웃음이 더 나왔다. 슬픈 부분에서 눈물이 나지 않았던 것은 아직 진행 중인 우리 이야기여서 그랬던 것 같다. 주인공의 개그에 더 웃었다. 우리 세대의 이야기도 먼 훗날에 고전이 될 수 있을까. 지난 역사는 다가올 미래라고 했는데 매년 고전을 두어 편씩 접하니 생각이 길어진다. 아주 길게 연결해보는 눈이 생긴다. 여성들의 희생이 많았다. 옛사람들은 모두 스승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