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19

나를 먼저 돌볼 때다

지난밤 '아카데미 남명' 수업이 있었다. 2주마다 열리는 수업을 듣고 온 날은 스무 살 아이같이 말이 많아지기도 하고 고민이 깊은 날도 있었는데 간밤엔 의외로 꿀잠을 잤다. 아침 출근길에 '아! 이제부터 나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왜 문득 들었는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나는 나쁜 사람인건 알았지만 본격적으로 나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업무로 사람을 만나면 누구도 어렵지 않고 화가 조금 나면 스스로도 놀랍게 거침없이 말이 나오는 성격이긴 하다. 매일 같이 지나오는 길에서 불쑥 겸손이니 겸양이니 그런 안경을 둘러쓰고 앉은 내가 보였다. 남을 세우는 삶이 아니라 나를 세우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나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고 나를 헤아리며 사는 거다. 지난 저녁에는 '한명기'..

독서감상문 2024.03.04

편할 수 없는 뭉클한 이야기

백시종 님의 '쑥떡'을 읽고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TV에 간혹 방영된다. 연예인들이 그들의 생활을 밀착 취재하며 먹거리와 주거시설까지 보여주었다. TV 앞에 퍼질러 앉아 눈을 의심하며 바닥을 치는 세대지만 시청자들은 얼마만큼 볼까 싶었다. 먼 나라 이야기로만 볼 것이다. 내 부모 조부모 세대 일 같아서 나는 볼 때마다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남해군에 있는 언니가 전해준 책이다. 백시종 님의 자전적 소설 '쑥 떡'을 처음 받았을 때 제목이 독특했다. '쑥떡쑥떡' 그 쑥떡인가? 언젠가 아주 어릴 때 집에서 엄마가 해주셨던 그 쑥 떡을 말하는 건가? '쑥 떡' 책 내용은 '먹거리 고해성사'라고 했다. 여든을 앞둔 저자가 유년의 기억을 더듬으며 결핍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는 가슴 저린 이야기다. 그..

독서감상문 2024.03.04

자신의 삶을 관조할 수 있는 힘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읽고 화려한 삶이든, 스토너처럼 인내하는 삶이든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똑같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1960년대에 미주리 대학교 영문과 조교수의 삶을 그린 실화 소설이다.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직장에서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일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또한 한 인생을 들여다 보고 관조해 볼 수 있는 점에서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아주 많았다. 얼마 전 배우 이선균의 소식을 들었을 때 손을 놓고 귀를 의심했다. '아니 왜! 좀 버텨주지' 질문과 바람이 이어 나왔지만 각자가 느끼는 삶의 무게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서든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힘, 스스로를 세우는 힘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같았다. 그건 참 무척이나 어..

독서감상문 2024.03.04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 '글쓰기는 세상과 자신에 대한 진정한 연민을 키워가는 끊임없는 훈련이다' 한 달 넘게 책상 위에 두었던 책. 제목에서 그 내용을 지레 짐작했을까. 문득 펼쳐본 날부터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한달음에 달렸다. 고운 글이 스르륵 눈으로 귀로 들려오는 이야기였다. 표현하지 못했던 말을 발견했을 땐 '세상에! 글쓰기를 이렇게도 정의하다니! 라며' 환호했고 여러 곳에서 감탄과 미소가 나왔다. 목차에서만 봐도 쉬 다가오는 글쓰기 방법론이다. '첫 마음 종이와 펜'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여 다양한 방향에서 소설을 쓰듯 글쓰기를 말했다. 한 번쯤 들었던 글쓰기 방법을 다 짚어주면서도 후반부에서는 작가의 글 쓰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었기에 몰입감이 더 컸다. 작가가 내린 글쓰..

독서감상문 2024.03.04

아직도 의존하고 있는가

'사람풍경(김형경)' - '자기애'와 '자기 존중'편에서 (2) 자신의 긍정적인 속성을 거짓 겸손이나 우월감 없이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속성을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감 없이 시인하는 마음, 그것이 자기애와 자기 존중감의 본질을 형성하는 토대이다. 책의 두 번째 단락 '선택된 생존법들' 중 의존과 중독 질투 분열 투사 회피.. 를 읽으면서 문득 자기 존중감이 자신감을 낳고 '의존'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대에 맞아들 듯 세 번째 단락 '긍정적인 가치들'에서 '자기애'와 '자기 존중'을 말하고 있었다. 맞다. 매사에 의존적인 내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내용에 꽂힌 것이다. 아주 오래전으로 올라가면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 판단을 못해 두 학기 가량 친구의 말에 ..

독서감상문 2024.03.04

자기 존중감이 자신감을 낳는다

'사람풍경(김형경) - '의존'과 '중독'편에서 의존,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대상 중독, 의존성이 심화 극단화된 상태 '아기는 성장하면서 점차 엄마에게서 분리, 개별화되어 나오는데 그 시기에 엄마를 대신할 대용물을 필요로 한다. 전문가들은 그것을 '중간 대상'이라고 부른다.' 술도 담배도 결국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찾았던 대용품이었다고. 심리적 의존 대상으로 엄마 대신 담배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자각하는 저자의 말에서 이해불가였던 흡연을 조금 알 수 있을 듯했다. 심리적으로 독립하고 사회 경제적으로 혼자 서는 데 이십 년 이상이 걸렸다는 말과 혼자 떠난 여행에서 돌아와 이타적 행위와 타인을 보살피는 모든 행동을 중단했다는 말에서 그렇게 해보고 싶어졌다. 의존하는 상태는 서로에게 위험하다는 말이..

독서감상문 2024.02.21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내가 살아있는 것 알게 되었네' - 전영애 저 - (1) 한 손에 쏙 들어오는 200페이지 분량의 작은 책이었습니다. 하룻밤이면 다 읽을 것 같았지만 한 땀 한 땀 쓴 글들은 음미하고 사색하게 했습니다. 경기도 여주라는 곳에 '여백서원'을 지어놓고 넓은 정원과 숲을 이룬 산책길도 만들고 시를 적은 돌을 놓았습니다.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그곳은 이미 많이 소개되고 알려진 곳이었습니다. '괴테와 마주 앉는 시간'이라고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여백서원'은 괴테를 추억하게 하는 서원이었습니다. 표제에 언급한 말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는 괴테가 한 말입니다.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품어온 궁금증을 마지막에 풀어줍니다. 기와로 지은 서원에 왠 괴테..

독서감상문 2023.11.16

이렇게 치열하게 산 사람

어깨며 팔, 온 힘을 다 빼놓는 이야기!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 청울림 - 부자가 되고 싶다면 나부터 바꿔라! 책 후면에 나와 있는 말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책 목록 100권은 인문학 자기 개발서가 더 많다. 그나마 조금 덜 창피해하며 읽은 '돈의 속성'에 이어 경제 서적으로 4번째인데 또 창피해졌다. 나는 무엇도 아니었다는 말이 실감 난다. 나는 열심히 산 게 아니고 폼만 재고 살았음을 깨닫게 해 준다. 자기부터 세워야 모든 게 시작된단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꺼내 들어라고 당당히 말한다. 아 중간에는 TV를 없애고 목술 걸고 책을 읽어라고도 했다. 말미에 쓴 저자의 말에 뭉클했다. 삶과 세상의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나와 가족을 넘어 이웃과..

독서감상문 2023.06.27

세이노를 알게 되다.

'세이노의 가르침' - 세이노 -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공부하라는 말이 나온다. 일에서 성공하고 싶든 부자가 되고 싶든 먼저 책을 읽으라 한다. 읽고 배우고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걱정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늘 같은 책이다. 천억 자산가가 거창하게 부자가 되는 법을 역설해 놓지는 않았다. 단 여러 가지 기회를 주는 돈이 필요하다면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고 자기 생활과 자기 시간부터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래야 돈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부자가 되는 데 경쟁자는 자기 자신이란다. 미래 언젠가에 무슨 일인가가 새로이 일어날 수 있도록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하라는 말이 이어진다. 생활의 실용서 같았다. 아주 다양한 정보와 덕담을 수록한 이야기 책이다. 그럼에도 어느 하나 버..

독서감상문 2023.06.16

요란하게 위대하게

요란하게 위대하게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 잭 내셔 - 삶에서는 실제 일어난 일이 10% 일어난 일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90%를 차지한다. - 척 스윈돌 - 그래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냥 두는 것이다. "그래서 뭐?" 이렇게 되묻고 생각의 장을 덮자. 거기에 신경 쓸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몰랐다. 이렇게나 많은 시간들을 허비하고 있었는 줄을. 바쁜 와중에 문득 '어찌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가, 어떻게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에 자주 잡혀있었다. 그렇게 민감할 요량이면 내가 그들에게 끼친 영향도 되짚어 보아야 했다. 그러니까 샘샘이다.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훈장을 아직도 당당히 가슴에 달고서 선택한 책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를 펼쳤다. 무엇인가 문제를 느꼈기에 ..

독서감상문 20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