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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로 써보는 사랑

펜을 쥐고 하얀 종이 위로 간다무슨 글을 쓸지 무슨 마음을 그릴지정하지 않았다 자음을 오그라 붙이고 모음을 내려 그으면 나만의 글자체가 된다할 말 없던 마음이 무얼 만났는지종이 위에 펜이 춤을 추며 미끄러져 간다 그려가는 순간이 모이고누르는 왼손과 달리는 오른손이 빈 바닥을 채운다글이 완성되듯 내일도 그렇게 오리라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숭고한 목표는 사랑'이라고'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육신을 초월해서 더 먼 곳까지 간다'라고 하는데무언가 쓰고 싶은 이 느낌도 사랑이라면 쓰고 싶어 펜을 쥐고 있는 마음이나쓸 무언가를 찾아 기웃거리는 것조차사랑의 행위였나 못다 한 말 생각대로 써가면육신을 떠난 그 먼 나라까지 내 말이 전해지려나그리고픈 마음으로 써가는 글자가 글이 되어 이 마음이 전해질까

글 사랑 2025.07.07

여름 꽃

가지 않던 길을 걸었다다리를 감는 묵직한 공기팔과 얼굴에 다가오는푹푹 끓는 순두부 같은 공기를 헤치고 채소 가게도 정육점도 동네 마트도 지나서 들어선 곳솟아나는 땀을 식히며 돌아보니빽빽하던 초록 잎이 다 어디로 갔는지더위에 물을 너무 아낀 건가 드문드문해진 화분을 지나고냉장고 안에서 손을 흔들지 않았다면 몰랐을 꽃귀한 화려함은 서늘한 냉장칸에 있었다그마저 방금 도착한 녀석들이라고 둘둘말은 장미를 손질하던 사장이 돌아본다 붉은 장미는 지났고하얗고 연 노랗고 분홍 빛을 내는 자잘한 장미류가 많다어쩌면 나를 위하여 겉으로는 아이를 위하여한 보따리 여름 꽃을 신문지에 말았다 넘치지도 감탄스럽지도 않지만오목조목한 귀여움이 나를 보고 웃는다내게 오려고 얼마나 기다렸는지지친 꽃을 보듬고 끓어 넘치는 길을 왔다

글 사랑 2025.07.04

반가운 이 마중가는 마음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터득하는 게 있다. 영화나 그림을 보면 뾰족한 펜촉에 잉크를 묻혀가면서 글자를 썼는데, 그 적시던 잉크가 잉크만이 아니었다. 만년필은 쓰기를 멈추고 놓았다가 다시 들면 글자가 써지지 않는다. 여러 차례 빈 획을 긋다가 잉크를 채우려고 열면 가득 들어있는 경우를 보는데, 글을 멈추는 순간 펜촉이 말라서 수시로 물에 적시는 거였다. 펜촉을 적시면 물입자의 친화력에 의해 잉크가 내려오는 거다. 만년필을 얼마 쓰지 않은 순간부터 그 이치를 터득하고 생수물병 뚜껑에 물을 채워둔다. 까맣게 변한 물이지만 콕콕 적시면 잉크를 불러와서 날렵한 펜촉이 가뿐하게 글자를 그리며 달려가게 한다. 물은 잉크를 불러오는 촉매였다.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릴 때도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도 같은 이치다. 마른 ..

글 사랑 2025.06.24

'역행자' - 실행, 실천이 답이라는 말

한 책을 덮으면 다음 책으로 이어지는 순례 길이 참 좋다. 몇 해 전 자기 개발서로 알고 쓱 지나간 책을 다시 꼼꼼히 읽게 된 데는 앞선 책의 소개 영향이 크다. 2022년에 나온 역행자(웅진 지식하우스, 자청)를 A4용지 5장이나 메모하며 읽었다. 작가가 고안하는데 10여 년 넘게 걸렸다는 '역행자 7단계'모델을 꼼꼼히 기록했다. 생활하면서 번민에 빠질 때가 있으면 이건 유전자 오작동이 아닐까 되물어보리라 여긴다. 그 유전자 오작동이 뭔지 궁금하지 않은가? 줄곧 작가가 추천하는 건 책 일기와 글쓰기다. 그 위력을 몸소 체험한 바탕 위에 쓴 책이니 전하는 감동이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신통한 것은 나는 작가가 지적하는 류의 생각도 하지 않았고, 제안하는 것도 크게 벗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책 사랑 2025.06.24

만나면 반가운 이가 되려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라! 귀 기울이고 공감하라! '돌아보고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지금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라'라고 했다. 책에서 봤는지, 유튜브 영상에서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커피 쿠폰이라도 보낼까'했는데 지나치고 말았다. 좋은 말, 덕담을 늘 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 받기만 하고 제대로 답을 못한 친구 동기 후배도 떠오른다. 조만간 볼 기회가 없다면 그들에게 간단한 선물이라도 전하라고 했다. 은퇴한 지인이 새 업무를 하면서 찾아오는 일이 있다. 시간이 많아도 부를 때만 오던 사람들이 필요하니 시간을 내서 온다. 수년간 직장에서 만난 사람 중에 몇이나 반가운 사람으로 남았는지 돌아본다. 반가운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나름 노력했는데 그건 혼자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었다. 지나가는 ..

요즘생각 2025.06.24

'밝은 밤'은 어떤 경우일까?

- 최은영 작가의 장편소설 '밝은 밤'을 읽고 - 밤은 어둡기 마련인데 '밝은 밤'이라니, 전등불이 밝은 밤인지, 잠 못 자고 지새운 밤을 말하는지, 캄캄하고 어두운 세상에 그래도 지켜낼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말인지. 제목이 주는 의문점을 가지고 뒤적인 책은 잡는 순간부터 놓을 수가 없다. 궁금하여 숨 가쁘게 넘기게 되는 매력이 있다. 글자가 번져 보이고 허리가 아파 눕고 싶어도 누워서 배 위에 올려놓고도 읽은 책이다. 울컥하고 분노하면서 우와를 삼켜가며 읽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여성 7명이다. 삼천이 - 영옥이 - 미선이 - 지연이, 이렇게 4대 여성과 삼천의 친구 새비 아주머니와 그녀의 딸 희자가 나온다. 희자의 고모할머니 명옥도 있다. 가장 몰입하게 되는 사람은 아무래도 주인공 지연이다. 이혼하고..

책 사랑 2025.06.18

자만하지 않아야 젊다

15분가량 이면 몇 줄이나 쓸 수 있을까? 꼬맹이가 막 들어왔다. 샤워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서 조금 졸려도, 아니 좀 전에 과일을 먹어서 최소 30여분은 이렇게 앉아있는 게 좋다. 근대 저 녀석은 무슨 청바지를 저렇게 짧은 걸 입었지? 엊그제 옷 산다더니 저 옷을 샀구나. 바지든 치마든 긴 옷을 좋아하는데. 이쪽 나이가 원인이 되는 저들의 선입견이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오해받는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허벅지도 덮고 종아리도 덮는 바지나 치마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겠지. 말도 느리고 말귀도 잘 못 알아들을 거라고 여기겠지. 그런 건 일률적이진 않단다. 옷에 대한 취향도, 말하고 듣는 총기도 젊은 사람 같은 어른이 있단다. 나이가 듦에 따라 간략하게 말하고 말을 줄이는 습관이 생기는..

글 사랑 2025.06.18

만년필에 반하다

필기감이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손에 실려 그려지는 글자가 긋는 대로 모양을 낸다. 수년 전 누군가 자신의 이니셜이 있는 만년필을 쓰려느냐고 줬는데 이후로 처음 잡아본다. 지금 이 글자를 그리고 있는 만년필은 크기부터 큼직하다. 큰 손에 느낌 좋게 잡힌다. 잉크를 채우기도 쉽다. 손에 없으면 금단현상까지 느끼는 애용하는 ***볼펜보다도 시원하게 그어진다. 날렵한 펜촉 모양이 잉크를 묻혀 썼다는 뾰족한 펜촉보다는 조금 작다. 하얀 종이를 콕 찍으며 사각사각 그어지는 느낌을 나누고 싶다. 종이에 뜻대로 글자를 남기며 달려가는 이 펜은 이제 다른 펜으로는 쉬 대체가 안될 듯하다. 기성품이다. 이런 유의 펜이 많을 텐데 사나흘 전 만났다. 어떻게 왔느냐! 회의실에서 나란히 앉아 눈독을 들이다가 같이 들여다봤..

글 사랑 2025.06.18

너인 듯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오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내가 만든 과정이야. 나서야 길이 되듯 한 발을 떼야 원하는 곳에 손을 뻗칠 수 있지. 잘할걸, 좀 잘해볼걸 그런 생각 말고 이제부터 정성을 들이면 돼. 사람 관계도 일에도 마음에도 적용되는 말이지. 이제부터가 중요해. 자세히 보면 놓쳤던 많은 부분이 결국은 뜻과 다르게 마음을 더 쏟지 못해서, 정성을 못 들인 경우가 많아. 해야 할 일을 동시에 산발적으로 안고 있지는 않니? 뭘 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면 집중은 더 어렵더라. 그러니 할 일을 미리 정하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 물 흐르듯 이어지는 일과를 만들면 시간뿐 아니라 정신적 공백도 줄어들더라고. 우리 하고 싶은 일 만들어 보지 않을래? 계속하면 취미가 되고 재미나니 더 좋아하게 되더라. 즐기는..

글 사랑 2025.06.18

그에게 귀한 사람이 되어주는가?

화분에서 꽃을 피우고 드디어 빨간 방울토마토가 3개 달렸다. 주연배우는 애지중지 물을 준다. 아니! 어느 날 누군가가 방울토마토를 2개나 따버렸다. 대노하며 방방 뛴다. 순순히 인정하는 한 사람에게 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퍼부었는데 뒤이어 다른 이가 이런 말을 한다. '따준 거겠지!' 한 가지에 3개나 달린 토마토는 흙의 영양분이 부족하면 셋 다 낙과할 수도 있단다. 제대로 튼실하게 자라도록 2알을 따주었을 거라는 말에 할 말을 잊는다. 꽃이 그냥 피지도 열매가 그냥 맺지도 않았다. 제때에 물 주고 갖은 정성을 쏟은 결과다. 잘 키우려는 그 마음처럼 솎아 내어 따준 사람도 애정을 준 것이다. 오래전에 보았던 드라마 한 장면이다. 그 방울토마토 화분을 누군가 문 밖 햇살아래 2개나 갖다 놓았다. 벌써 ..

글 사랑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