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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동선을 알 수 있는 방법

사무실에서 내다보면 아래층 옥상 바닥이 보입니다. 빗물이 톡톡톡 떨어지며 수없이 많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걸 볼 수가 있어요. 물이 모이는가 싶은데 어디론가 다 빠져나가는 걸 보면 옥상 배수가 잘 되나 봅니다. 빗줄기가 쉼도 없이 퉁탕거려 놓고 사라져 버립니다. 아무리 빠른 사람이라도 손으로 저렇게 물을 쳐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려지는 동그라미를 보면서 빗발의 세기와 강수량을 점쳐봅니다. 요즘은 며칠 걸러 비가 오는데 온종일 저러고 있는 건 참 드문 현상이라고 합니다. 어지간히도 봄이 마땅찮은가 봅니다. 미세먼지에 칼칼한 바람까지 어제는 온종일 구름도 데려다 놓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그 칠 새 없이 마음까지도 꼽꼽하게 만듭니다. 페퍼민트 차를 한 잔 가져왔는데 의외로 맛있네요! 작두콩 차나 돼지감자 차를 ..

요즘생각 2024.04.09

사람 고쳐 못쓴다는 말

사람은 고쳐 못쓴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고쳐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어르고 달랜다고 그 성격을 쉬 바꿀 수 없다는 말이고 바꾸고 고치는 것이 안 된다는 뜻이다. 어지간해서는 본연의 자기 생각을 절대로 수정하거나 굽히지 않는 게 사람이라는 뜻일 테다. 어느 날 머리를 치며 아하! 했었다. 그래서 운명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나 했다. 의외로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만 하고 살다가 죽는 것이다. 어느 한계에 닿기 전까지 어지간해서는 자기 고집을 꺽지 않는 사람을 왕왕 본다. 그 어떤 부모의 타이름이나 주위의 만류에도 변하지 않고 자기주장대로 사는 사람을 보니 그 말이 맞아 보였다. 운명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참 무서운 말이 아닌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고 내 주장보다 주위의 의견을 따르며 살았던 젊..

요즘생각 2024.04.09

비봉산에 올라

올려다만 보던 커다란 꽃나무가 내 키만 해졌다. 낮은 언덕을 올라 그 나무 키만큼 에 서보니 바라만 보아도 흰꽃 벚꽃은 참 절경이다. 그렇게 비가 시샘하더니 천지 개화를 더 불러다 놨다. 이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데 홀로 이리 앉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기회를 참 누리지 못한다. 오늘도 약속이 없었다면 여기 이렇게 먼저 와서 앉아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달큼한 공기가 무엇과 견줄 수가 없다. 꽃향기가 실려온다. 약속이라는 게 참 사람을 설레게도 하고 긴장하게도 한다. 홀로였다면 일요일을 거실에서 삐대고 있었을 것을, 단지 이 낮은 동네 산을 오르기로 만 했는데 그 약속을 하는 바람에 여러 가지 일처리를 하고 왔다. 나갈 거라는 설렘에 거실을 대충이라도 청소하고 생활 쓰레기를 분리하여 내놓고 차에 실고만 다..

요즘생각 2024.04.09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퇴근시간을 지나 후문으로 나갔었다. 퇴직하고 더 바쁘게 사시는 선배 언니가 오기로 해서였다. 저녁 무렵의 햇살이 제법 길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같으면 집으로 달려가기 바쁜 시간이었는데 모처럼의 약속으로 여유가 있었다. 공을 차며 뛰노는 학생들도 돌아보고 저만치 높은 곳에서 이제 막 하얗게 피어오르기 시작한 벚꽃도 눈에 담았다. 정작 주기로 한 책은 차에다 두고 이쁜 선물을 하나 싸들고 갔으니 반가움이 앞선 것이었다. 10여 년은 선배인데 늘 친구처럼 대했으니 혹시나 예의에 어긋나지는 않았을지. 늘 동세대 같이 말이 통했다. 모처럼 만나도 예나 지금이나 할 말이 그렇게나 많았다. 자녀들이 성장하고 낭군님과 두 분이 사시는데 나를 만나 저녁을 먹고 간다 했단다. 그랬더니 답신에 대뜸 "내 밥은 어쩌고..

요즘생각 2024.04.09

부뚜막에 제대로 올라간 고양이

고양이는 키워봐야 얼마나 귀여운 친구인지 알 수 있다. 그 코 끝의 연분홍 세모가 얼마나 이쁜지, 제 몸을 얼마나 깔끔히 간수하는지, 얼마나 똑똑한지, 호기심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럼에도 그렇게 얌전할 수가 없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책을 볼 때만 해도 고양이를 키울 기회가 나에게도 오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러고 보니 생후 2주짜리 눈도 못 뜬 녀석이 우리 집에 왔다가 8개월여를 살다 간지도 꽤 되었다. 아이를 택할지 고양이를 택할지 선택해야 한다던 이비인후과 의사의 말에 더 이상 작은 아이를 눈 퉁퉁이로 둘 수가 없었다. 아토피까지 오는 상황이었고 알레르기 수치가 100이 넘었었다. 우린 보내줘야 했다. 찾아온 젊은 부부가 우리 고양이 '마리'를 입양해 갈 때 예쁜 집이랑 사료랑 놀이기..

요즘생각 2024.04.09

온종일 내려도 봄비입니다.

이제는 잎 필 일만 남았고 이제는 꽃 필 일만 남았고 이제는 웃을 일만 남았습니다. 이제는 책 볼일만 남았고 이제는 글 쓸 일만 남았고 이제는 할 말만 남았습니다. 나이 먹을 일만 남았고 욕먹을 일만 남아도 마음먹을 일이 더 많습니다. 온종일 비가 와도 봄이고 온종일 바람 불어도 봄이고 온종일 추워도 봄입니다. 잠시 와도 봄비이고 멈추다 다시와도 봄비이고 온종일 내려도 봄비입니다. 이미 봄입니다.

요즘생각 2024.03.29

실천 유학자 남명 선생님을 배우다

지난 목요일 저녁 '아카데미 남명' 수업이 있었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사)남명사랑 상임대표이신 김영기 교수님의 강의였다. '남명 조식과의 대화 - 경남의 역사적 이해'라는 주제로 '우리 역사 제대로 읽기 - 남명 조식, 누구인가?'라는 강의였다. 주어진 100분은 전하고 싶은 말을 다 담을 수 없었다. 스스로 사회학자가 읽은 '남명'이라 낮추시는 모습이 무색하게 남명 선생님에 대한 사랑과 연구가 교재에도 가득했다. 주말을 보내고 이제야 강의(안)를 다 읽었는데 동분량의 참고자료가 아직 남았다. 아껴보는 것인지 우리 세대가 알아야 하는 역사적 사실의 무게를 접할 마음을 다지는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강의 자료만 60페이지가 넘었고 뽑아서 정리한 참고자료가 또 60페이지가 넘는다. 그동안 남..

요즘생각 2024.03.29

격려를 받고 온 여행이었다

건물 사이사이 하얀 것이 소복소복 쌓였다. 저 나무가 저기도 있었구나. 감탄하며 돌아본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꽃송이 목련이다. 양지쪽에는 이제 그 하얀 꽃잎이 새처럼 다 날아간데도 있다. 아침 차량에 주유를 하는 동안에 산자락에 제법 노릇노릇 얼굴을 내미는 개나리도 보았다. 매섭던 바람도 느긋해졌고 나무들은 벌써 환호하기 시작했다. 길가에 나지막이 줄지어선 수선화는 이제 동무들이 많이 생겼다. 꽃송이를 받치는 줄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아이 주먹만 한 꽃이 흔들 거리고 있었다. 지지대를 세워 줄 수도 없고 환송만 받으며 지나왔다. 나서면 이렇게 모든 것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다. 혹시 내 시선을 받으려고 기다린 걸까. 기운을 북돋아 주려는 듯 하얗고 노랗게 피고 있다. 해가 바뀌기 전이었을까. 오래된..

요즘생각 2024.03.29

선택과 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지난해 9월에 시작해서 두 계절을 보내고 '아카데미 남명' 강좌는 3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격주로 열리는 강의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유명인사를 모시고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다. 남명 조식 선생님의 '실천유학'에서부터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동이족의 유래와 우리 역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 강좌를 총괄 기획하신 분의 강좌가 오늘 저녁에 있다. 명저 '남명 조식과의 대화' 내용과 진주. 경남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리일 것이다. 시청 도청 일선 학교의 아는 공무원과 교사들에게 혼자 듣기 아까워 안내 문자를 보냈다. 함께 일을 했거나 현재 같이하는 구성원과 잘 알지 못해도 들었으면 싶은 직원들에게도 안내했다. 그래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참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보 고맙고..

요즘생각 2024.03.29

사흘간의 냉탕과 온탕

두 손을 사용하여 자판을 칠 수 있는 기쁨. 꼭 하루 잃었었지만 이런 즐거움이 있을 줄이야. 독수리 타법으로 일을 처리하여도 오후에는 엄지를 따라 손목에 통증이 왔었다. 차 시동도 왼손으로 누르고 거의 한 손으로 운전하여 거기 '인체교정'이라는 데를 찾아갔는데. 오전 내내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했었지만 내일 아침 다시 오라는 그 병원을 가지 않고 평소 알던 곳으로 간 것이다. 그렇니까 그제 저녁이다. 너무 서두른 탓도 있지만 식사 준비를 하며 도마와 칼을 사용하지 않고 가위를 썼다. 처음에는 간단히 자를 생각이었는데 굵은 대파를 모두 가위질한 것이다. 식탁에 앉을 때까지는 몰랐다. 평소처럼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오른 팔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수저를 들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왼손으로 식사를 해봤다. 그건..

요즘생각 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