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생각 52

노란 꽃이 피었네요!

지난여름에 이곳으로 와서 가을과 겨울을 보냈어요. 출근 전에 울창한 나무 밑을 제법 걸었고요. 그러다가 낙엽 지는 것도 보고 나무들이 벌거숭이 되는 것도 보았네요. 이전 캠퍼스보다 건물만 빼곡하게 지어놓은 것이 아쉽기도 했는데 그 사이사이 수 십 년 된 나무들은 제법 그늘을 만들더군요. 계절이 바뀌고 나무들이 벌거숭이가 될 때 나무들 사이에 하나 있던 정자도 한눈에 들어오더라니까요. 어느 날엔가 양지바른 남향 건물 아래에 새파란 순이 제법 키가 자랐더라고요. 마치 파 같았어요. 오늘 모처럼 주말에 나왔는데 그 기다란 새 순 군락 끝에 딱 3송이 노란 꽃이 피었네요. 그게 뭔지 압니까? 세상에나! '수선화'였습니다. 가방을 놓고 다시 건물을 내려가서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이런 날 저 멀리 매화를 보러 갔..

요즘생각 2024.03.10

새로 만난 홍매화

참 특이하고 별난 봄이다. 매번 맞이했는데 올해는 왜 이런 느낌인지. 어느 날 불쑥 내 앞에 툭 떨어진 듯하다. 봄은 몰래몰래 와서 길가와 먼 산에 하얗게 매화를 피워 놓았다. 저녁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아파트 화단을 지나고 있었다. 붉은 매화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차츰 다가가며 보아도 온가지에 봉실봉실 매달린 흰 알맹이가 그득했다. 하얀 봉오리를 밀어 올리는 꽃받침이 바알 간 것이 홍매화 같았다. 새끼손톱만 한 것부터 엄지 만한 것까지 하얀 열매 같았다. 희고 붉은 모자 같기도 했다. 모자를 펑 터트린 놈도 제법 있었다. 그 작은 생명체를 보며 이렇게나 옆에까지 봄이 왔음을 절절이 느꼈다. 지나가면서, 약속 시간에 맞추느라 잰걸음으로 스치면서, 시선과 마음은 거기 붙들렸다. 울컥했다. 두 손으로 만져..

요즘생각 2024.03.10

취중 진담! 취중 진언!

성인군자가 되는 방법? 인정욕구를 버리면 돼! '이 마음이 왜 들었지? 저 사람은 왜 저런 맘을 가졌을까 생각해 봐요. 어렵겠지만 대접받으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남을 대접하면 성인군자까지는 되지 않아도 내가 편해져요.' 그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명상과 호흡을 권했다. 거기에 하나 더, 공포와 두려움이 말을 제대로 못 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제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공포와 두려움이라고. 취중에 오고 간 이야기다. 부서장이 취임하고 4개 여월 만에 처음으로 저녁 회식을 했었다. 좀 더 젊던 날에는 일과 후 회식도 업무의 연속이라고들 하며 모였지만 이제 저녁 회식이 즐겁지만은 않은 시절이다. 그러니 공지하고 자발적으로 모인다. 그런 자리에서의 대화 주제는 의외였다..

요즘생각 2024.03.10

생각도 자꾸 해야 말랑해지지

젊어지는 비결, 방법 저자는 의사였다. 어느 연말 대학 선후배가 모인 자리에서 질문을 했더란다. 크고 작은 병원의 병원장부터 다들 한자리 씩 하는 사람들에게 '선배들! 꿈이 뭐예요?'라고 물었단다. '거의 다 이루었는데 이제 뭐 더 바랄 꿈이야 있겠어?'라는 이도 있었지만 '새해에는 아카펠라를 배우겠노라'고 하는 이도 있더란다. 나이가 몇이든 지금 어떤 위치에 있든 소소한 것이라도 늘 꿈꾸기를 주문하는 책이었다. 꿈은 가지고 있는 돈이나 명예와 상관없이 그 사람을 윤기하게 해주는 마법이라고 했을 것이다. '꿈 PD 채인영입니다.'의 기억이다. 10여 년도 전에 읽은 책인데 그 메시지는 늘 나와 함께했다. 뭔가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게 했고 조금 과할 때는 무언가에 늘 목마르게 했으니 그게 그렇게 나쁘진 않았..

요즘생각 2024.03.04

쉼 없이 젓가락을 부르는 맛

퇴근길 샤브용 고기를 한 팩 사 왔다. 주인이 양지머리보다 비계가 적어 맛있다는 앞다리살을 권해 급 수정했다. 레시피와 달라진 건 고기뿐 아니라 채소도 바뀌었다. 냉장고 속 채소로 대체한 것이다. 주말에 사둔 커다란 가을배추, 산소를 세포까지 전달하는데 1등이라는 당근과 새송이, 양파, 대파, 애호박까지. 찜통에 물부터 올리고 씻고 다듬은 재료를 모두 채 썰었다. 김 오르는 솥에 채소를 깔고 샤브용 고기를 얹고 다시 채소를 깔고 고기를 얹었다. 솥이 넘칠 지경이었다. 뚜껑 덮고 15분가량 익혔다. 숙주와 부추를 깔고 양지머리를 얹으라 했는데 모든 재료가 다 응용되었다. 지상의 요리는 모두 응용 아니겠는가. 다음은 양념이다. 마늘과 매운 고추를 다지고 액젓 간장 식초 설탕 매실액 생수 그리고 통깨와 고춧가..

요즘생각 2024.03.04

수채화 시인의 행복 이야기

강원석 시인 - 힐링 시 콘서트 - '하루에 하늘을 몇 번 보나요? 하늘을 보면 뭐가 떠오르나요?' '여러분 모두 눈을 한번 감아 보세요! 자 다시 떠보세요. 눈을 감았을 땐 세상이 사라지고 눈을 떴을 땐 세상이 다시 나타났지요? 그러니 내가 세상의 주인입니다.' 순수함을 잊고 싶지 않아서 시를 읽는다는 시인은 세상에는 고마운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세상에 봄볕같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시를 쓰다 보니 행복한 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좋은 시를 읽는 것은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다고 한 편의 시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밥(강원석) 저녁 올 무렵 허기가 져 노을로 밥을 지어먹었다. 시장기가 가시질 않아 왜 그런가 생각하니 어머니 그 말씀이 없었구나 "한 숟갈만 더 먹어라..

요즘생각 2024.03.04

깜깜한 복도에서 마주친 것

해지고 불도 꺼지고 6시를 넘기기도 전에 창밖은 까맸다. 내일 시간을 아끼려면 보던 것을 마저 보아야 했다. 창 너머 앞 방의 밝은 형광등이 보였다. 10명이 넘게 있는 사무실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남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최소 30여분은 여유가 있을 것이다. 내심 기대를 했다. 저 불빛이 꺼지기 전에 가야지. 20여분이 지나도 아직 정리가 안 됐는데 보던 것 마지막까지 보고 가려면 수 분이 더 걸릴듯한데. 문소리 두런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창 너머 앞 방 형광등이 꺼졌다. 복도에서의 소리가 멀어져 갔다. 들여다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쓱 지나간 듯도 하다. 그 맘을 알아차렸나? 밖이 조용해졌다. 팀장도 낮에 조퇴를 했고 몇몇 들여다보며 인사를 하고 간 사람도 있으니 지금까지 남은 직원은 몇 명이지? ..

요즘생각 2024.03.04

진심도 그저 다 내 뜻이었기에

사람은 때로 타인을 잃어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몬스테라 브런치 작가 월 초에 갖는 회의는 참여자가 족히 60여 명은 넘는다. 거대 조직의 살림살이를 소관별로 오너에게 보고한다. 다른 부서 일도 듣고 사람 구경도 한다. 12월의 낮 기온이 오랜만에 풀려선가? 건물을 나와 길을 따라 걸었다. 두 시간 넘게 앉았던 회의실을 나가며 뒤돌아 보는 사람이 드물었다. 붙드는 사람도 없었다. 그동안 내가 붙들고 차를 마셨던 것 같다. 오늘은 일부러 방문하고 싶은 부서도 없었다. 앞 세대들에게 할 수 있는 만큼 진심으로 대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떠났을지 모르지만 차별을 두고 그들을 대하진 않았다. 3~4년 정도인가? 기억이 그만큼만 돌아 보이는 건지 색다른 경험이 남았고 그 경험은 진행 중이다. 사람들의 행..

요즘생각 2024.03.04

잘 돌아야 하는 돌담 길

감정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할 때가 있다. 마치 경치를 보듯 사람들의 얼굴에서 불편함이 쓱 전해지는 때를 만난다. 아무 일도 아닌 일에 지레 짐작하고 속단하는 일도 많아졌다. 어느 날 문득 이것이 나이 듦의 마디가 아닌가 싶어졌다. 그런 마디들이 그런 돌담들이 자꾸 생겨나는 게 좋진 않을 것이다. 그 현상이 삶의 변곡점이 아닐까 싶다. 자칫 반복되고 그대로 두었다간 흉터를 남길 것 같은 상처말이다. 잘 풀어내고 조심해서 잘 돌아나가야 하는 삶의 변곡점일 수 있겠다. 수년간 아는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본 듯할 때가 있다. 친숙하기에 얼굴의 변화도 못 느낀다. 어느새 얼굴 변화가 많아질 때가 된 것인지, 근간에는 두어 주 만에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도 그 차이가 보였다. 왠지 편하지 않게 변한 얼굴을 요..

요즘생각 2024.03.04

매 순간 계기가 필요한 이유

'말끔한 얼굴에 뜬 눈으로도 머리와 가슴이 온통 소란할 때, 그럴 때 벗어나는 기회는 언제 올까?' 마음의 변화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은연중 또는 적극적으로 원할 때다. 사람이나 책이 그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간혹은 작은 환경 변화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은 그래서 그 기회를 더 넓힌다. 해야 할 일과 보고 싶은 책을 줄 세워 두고서도 두 팔에 꽉꽉, 머릿속에 빼곡히 생각을 끼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건 차가 도심을 빠져나가고 햇살이 들판에 퍼질 때쯤이었다. 한 주 내내 오던 비를 구름 덩치들은 여전히 못 놓는 듯했다. 툭툭 풀어서 휙 하니 그 잡념을 펼쳐보게 되었다. 햇살처럼. 아 정말로 산들은 거뭇한 기색을 벗어 내고 있었다. 올봄은 꼽을 여유도 없이 왔다. 아..

요즘생각 2024.02.28